월마트(Walmart)가 AI에 기반해 기업 문화와 비즈니스 성과를 강화하고 있다. 월마트 미국 CTO 하리 바수데브는 “기업 운영 방식을 재구상하는 통합형 에이전틱 AI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8,15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리테일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부사장 겸 CTO 하리 바수데브는 월마트가 이 자리를 유지하는 데 있어 AI 전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수데브는 월마트가 이미 공급망부터 매장 운영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왔으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한 전략에서 월마트는 이제 에이전틱 AI를 비즈니스 핵심에 둔 ‘리테일의 미래’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바수데브에 의하면 전 세계 1만 750개 매장과 210만 명 직원이 있는 월마트에서 AI를 도입하는 작업은 IT 조직에게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AI가 기업의 일상 운영에 자리 잡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바수데브는 IT팀의 작업 덕분에 “기존 프로세스에서 수일, 수주, 심지어 수개월이 걸리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라며, 그 결과 조직이 크게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의 현재 AI 활용 현황과 IT 조직이 앞으로 추진하려는 AI 전환 방향을 살펴본다.
업무 전 과정에 AI 도입
월마트는 비즈니스 전반의 운영 프로세스에 AI를 접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물류 및 유통 부문이 핵심 적용 사례로 꼽힌다.
바수데브에 따르면 AI와 자동화 시스템은 월마트의 물류센터 처리 역량을 약 2배로 끌어올렸다. 2017년부터 심보틱(Symbotic)과 협력해 공급망 네트워크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AI 로봇을 활용해 상품 분류, 피킹, 패킹을 수행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또한 상품을 적합한 팔레트에 적재해 손상을 최소화하고 창고 직원들이 손쉽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월마트는 올해 초 심보틱과의 협력을 확대해 향후 400개 가속화 픽업·배송(APD) 센터에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및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심보틱은 월마트의 첨단 시스템 및 로보틱스 사업 운영까지 맡게 됐다.
바수데브는 월마트가 공급망의 다른 부분, 즉 수요 예측, 경로 계획, 최종 배송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연말까지 미국 가구의 95%에 당일 배송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역시 AI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물리적 환경을 디지털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은 매장 설비팀이 잠재적인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수데브는 “이 시스템 덕분에 긴급 냉장 설비 알림을 30% 줄였고, 예측 인사이트를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19% 절감했다”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 접근법
바수데브는 월마트의 AI 도입 성공이 무엇보다 직원과 고객의 필요에 맞게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마트가 사람 중심 기업으로서 직원 및 고객을 ‘혁신의 불씨’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바수데브에 따르면 월마트 IT 조직은 매장에 AI 기반 업무 자동 배분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직원들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시스템은 원래 야간 진열 작업을 위해 설계됐으나 현재는 다른 직원 업무에도 시험 적용 중이다. 특히 매니저들은 이를 통해 교대 근무 일정을 계획하는 시간을 90분에서 30분으로 단축했다.
챗봇과 같은 대화형 AI 역시 월마트 직원의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월마트는 5년 전, 특정 상품의 위치나 주간 근무 시간 같은 간단한 문의에 답변하는 대화형 AI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당 도구를 확장해 영수증 없는 고객 반품 처리처럼 복잡한 절차를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지침으로 변환하도록 했다. 현재 90만 명 이상의 월마트 직원이 이 도구를 활용해 하루 300만 건 이상의 질의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44개 언어를 지원하는 스마트 번역 도구도 추가돼, 매장 직원이 다양한 고객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본사 직원들은 마이어시스턴트(MyAssistant) 챗봇을 문서를 요약하거나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 창의적인 조언을 받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이전틱 AI 시대 진입
월마트는 최근 AI 전략을 한층 확장해 기업 운영 전반에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슈퍼 에이전트’ 전략을 발표했다. 에이전틱 AI는 인간 개입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바수데브는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끊김 없는 상호작용’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월마트의 에이전트 전략은 직원, 개발자, 고객, 공급업체를 위한 4가지 슈퍼 에이전트로 구성된다. 바수데브는 “슈퍼 에이전트는 AI가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진정한 파트너로 작동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측면에서는 어소시에이트 에이전트(Associate Agent)가 인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개발자 에이전트(Developer Agent)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신속하게 작성, 테스트, 배포할 수 있다.
또한 월마트는 고객, 공급업체, 광고주를 위한 새로운 AI 제품도 선보였다. 고객 대상 챗봇인 스파키(Sparky)는 상품 리뷰 요약, 상품 추천, 매장 내 상품 위치 안내 기능을 제공한다. 앞으로 스파키는 고객이 상품을 다 쓰면 자동으로 재주문을 처리하거나 필요로 하는 상품을 바탕으로 행사 계획을 자동 생성하고,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과 이미지까지 이해하는 등 한층 고도화된 기능을 수행할 전망이다.
공급업체와 광고주를 위한 AI 챗봇 마티(Marty)도 곧 제공될 예정이다. 이 도구는 온보딩, 광고 캠페인 설정, 주문 관리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바수데브는 “새로운 슈퍼 에이전트는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재구상한 통합형 에이전틱 AI 프레임워크 위에서 구동된다. 이는 기존 시스템 위에 덧씌운 계층이 아니라 수년간의 기초 투자가 결집된 성과로, 월마트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복잡성을 줄이며 더 똑똑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도입 과정에서의 주요 교훈
AI 도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지만, 바수데브는 방대한 규모로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어떤 매장 형태나 지역에서는 잘 작동하는 도구가 다른 영역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IT팀이 “일률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유연하고 적응 가능하며 책임 있게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수데브는 또한 “이는 곧 지속적인 실험과 반복을 의미한다. 지능형 백엔드 시스템이든, AI 기반 장비든, 실제 복잡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차세대 디지털 트윈이든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유출, 무의식적 편향 등 잘 알려진 위험 요소를 고려할 때 “AI 확장을 추진하면서도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투명성, 책임 있는 활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업계 전망
현재 많은 리테일 기업이 AI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앰퍼리티(Amperity)의 ‘2025 리테일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리테일 기업의 45%가 매주 또는 그 이상 빈도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단 11%의 리테일 기업만이 전사적 차원에서 AI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실상 모든 부서에서 AI 활용 방안을 찾아낸 월마트와는 대조되는 결과다.
가트너(Gartner) 리테일 산업 리서치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산딥 운니는 이런 격차의 원인에 대해 “리테일 기업이 에이전틱 AI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와 화제에 압도돼 있지만, 대부분은 월마트 수준의 성숙도나 자체 개발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운니는 대다수 리테일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외부 전문 벤더에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벤더가 사용례와 비즈니스 성과를 구체화하고, 무엇보다 구현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리테일 기업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윤리적 AI 활용, 통합의 복잡성, 고객 신뢰 확보와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만 AI 활용을 확장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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